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경복궁을 중건한 대목장의 집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은 조선 말 경복궁 중건 공사에 참여했던 도편수 이승업의 가옥으로 현재 남산골 한옥마을에 이전하여 보존되고 있다. 휴먼스케일에 충실한 아담한 주택으로 조선 최고 도편수의 집다운 뛰어나고 섬세한 공예미를 보여준다.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안채 부엌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안채 부엌.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기본 정보
소재지 :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 34길 28 남산골 한옥마을
원위치 : 서울특별시 중구 삼각동 36-2 번지
문화재 : 서울특별시 민속문화재
지정일 : 1977년 3월 17일
연면적 : 119
건축연도 : 186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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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중건과 도편수 이승업

1864년 고종이 조선 26대 왕으로 즉위한다. 고종의 즉위와 함께 그를 왕으로 만든 흥선대원군의 섭정이 시작되고 오랜 세도정치로 실추된 왕실의 권위를 다시 세우기 위해 임진왜란 이후 터만 남아있던 경복궁을 중건하는 계획을 세우고 영건도감을 설치한다.

북궐도형
북궐도형 출처 – 국립고궁박물관 www.gogung.go.kr

고종 2년(1865년) 중건 공사를 시작하였으나, 공사 시작 1년 만에 화재 사고가 일어나 목재가 모두 소실되는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1868년 착수 3년 만에 7천 칸이 넘는 엄청난 규모로 공사를 완료한다.

상평통보 당백전
상평통보 당백전.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www.museum.go.kr

조선의 경제와 민생에 매우 큰 고통을 주었던 정책이었지만 지금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문화유산이 되어 이때의 수고로움이 비로소 빛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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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현궁 전통 건축의 미와 함께하는 흥선대원군 자택 답사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이 경복궁 중건 공사의 도편수로 참여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복궁 중건 공사에 참여했다는 사실 말고는 더 이상 알 수 있는 정보는 없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나오지 않는다.

경복궁 근정전 상량문
경복궁 근정전 상량문. 출처 – 국립고궁박물관 www.gogung.go.kr

아마도 중인 신분으로 실록에 기록될 인물은 아니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본인이 지었던 자택이 근대화와 산업화 과정에서도 살아남아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간접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은 1860년 무렵 건축된 것으로 원위치는 서울특별시 중구 삼각동 36-2번지이다. 1970년부터 조흥은행의 소유가 되어 역사자료전시실로 사용하였고 남산골 한옥마을이 조성되어 1998년부터 이곳으로 이전하여 보존되고 있다.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안채 건넌방 전면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안채 건넌방 정면.

처음 건축되었을 때는 안채와 사랑채 및 별채, 문간채와 행랑채 등 다양한 건물로 구성된 가옥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는 안채와 사랑채만 남아 있다.

안채

남산골 한옥마을에 오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한옥이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이다. 새로 복원된 대문을 지나 안마당으로 들어오면 날렵한 처마 곡선을 가진 안채가 들어서 있다.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안채 정면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안채 정면.

대문을 지나자마자 안채가 나와 조금 당황스러웠다. 배치계획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원형의 모습은 알 수 없지만 좀 더 건물 배치에 신경 썼다면 재미있는 관람 동선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안채 정면 및 우측면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안채 정면 및 우측면.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안채는 중앙 대청을 중심으로 전면에 두 칸의 퇴가 있으며 좌우에 안방과 건넌방이 있는 장방형의 전퇴집 평면 구성에 안방 전후로 부엌과 온돌방이 돌출되어 전체적으로 “ㅜ”자 형 평면 형태를 띠고 있다.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안채 우측면 및 배면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안채 우측면 및 배면.

기단은 화강석을 가공한 장대석을 3단으로 쌓은 세벌대 기단으로 부엌은 2단으로 쌓은 두벌대 기단이다. 상부는 강회로 마감되어 있고 초석은 사다리형 초석이 사용되었다.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안채 내부.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안채 내부.

일고주오량가의 안채는 사모기둥 위에 장혀와 굴도리, 대들보가 결구된 민도리식 가구로 일부 소로수장으로 마감되어 있으며 전면부는 연목과 부연이 사용된 겹처마이고 나머지는 연목만 사용된 홑처마의 팔작지붕 건물이다.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안채 세살분합과 완자교란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안채 세살분합과 완자교란.

건넌방과 건물 배면부를 따라 완자교란이 있는 쪽마루가 설치되어 있으며 아담한 규모의 가옥이지만 창호와 난간 등의 장식과 팔작지붕의 선이 조선 최고 도편수의 집답게 섬세한 계획 아래 시공되어 있다.

사랑채

안채를 둘러보고 사랑채로 이동했다.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의 사랑채는 전면 세 칸, 측면 두 칸의 전퇴집 평면 구성에 후면에 한 칸 규모의 부엌이 돌출되어 있어 “ㄴ”자 평면 형태를 띠고 있다.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사랑채 정면 및 좌측면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사랑채 정면 및 좌측면.

중앙 대청을 중심으로 전면에 세 칸 규모의 퇴가 있고 좌우에 온돌방과 후면에 부엌이 있다. 기단은 화강석을 가공한 장대석 세벌대 기단으로 상부는 강회로 마감되었고 사다리형 초석이 사용되었다.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사랑채 정면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사랑채 정면.

일고주오량가의 사랑채는 사모기둥에 대들보와 납도리가 결구된 민도리식 가구로 일부 소로수장으로 마감되어 있으며 연목만 사용된 홑처마의 팔작지붕 건물로 부엌은 맞배지붕으로 이루어져 있다.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사랑채 배면 맞배지붕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사랑채 배면 맞배지붕.

사랑채 또한 안채와 마찬가지로 크지 않은 규모로 위화감이 없어 편안함을 느낄 수 있으며 안채보다 장식이 절제되어 중인 기술자의 사랑채이지만 마치 선비의 집과 같은 단정함을 가지고 있다.

조선 최고 도편수의 집 이승업 가옥에서

남산골 한옥마을의 한옥은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의 대저택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의 규모는 그들의 저택에 비할 바가 못된다. 그러나 훨씬 큰 감동을 선사한다.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사랑채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사랑채.

높은 기단과 창호, 난간, 건물의 선 등의 섬세한 장식과 시공에서 나오는 공예미와 사람에게 안정감을 주는 스케일의 건축이 작지만 결코 쉽거나 가벼운 집이 아니라는 인상을 느끼게 한다.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안채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안채.

집은 과도하게 사치스럽거나 감당할 수 없는 규모가 되면 그 감동이 반감되는 것 같다. 화이불치를 떠올리게 하는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이 건축의 지향해야할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