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연경당 |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궁궐 후원 속 가옥

1827년(순조 27년), 효명세자는 창덕궁 후원에 순조와 순원왕후의 연회를 위해 연경당을 짓는다. 연경당의 건축적 특징은 ‘단순함’과 ‘자연스러움’이다. 궁궐 건축을 벗어나 민간 사대부가 형식을 취하고 단순한 가구법을 선택했다. 완벽한 수평, 수직을 고집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휜 부재를 그대로 사용하여 후원이라는 장소의 본질을 건축적으로 드러냈다.

‘단순함’은 연경당 권역 내 다른 건축물과의 대비를 통해 명확해진다. 동쪽 화계에 있는 농수정은 연경당 본채와는 달리 화려한 장식과 복잡한 가구법을 따른다. 또한, 서재인 선향재는 청나라 양식을 도입하여 이국적인 형태를 보인다. 이러한 대비를 통해 건축적 의도를 강조하고 있다. ‘자연스러움’은 부재뿐만 아니라 배치 계획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연경당의 느티나무 세 그루는 건물 배치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특히 대지의 정중앙에 있는 느티나무는 연경당의 중심축 역할을 한다. 이를 기준으로 동쪽에 사랑채, 서쪽에 안채를 두었다. 두 영역을 구분 짓는 내외담은 느티나무를 피하고자 직선이 아닌 꺾인 형태를 취한다. 이는 자연 소재가 직접적으로 건축의 기준이 되었음을 시사한다.

연경당 사랑채
사랑채 | 전면 여섯 칸에 측면 두 칸의 전퇴집 평면 구성으로 민간 사대부가 형식을 따랐다. 안채 측으로 두 칸 규모의 온돌방이 돌출하여 안채와 연결되었고 우측 끝에 두 칸 규모의 누마루가 있다.
연경당 사랑채
사랑채 | 일고주오량가로 굴도리가 사용된 민도리식 가구이다. 장대석 두벌대 기단 위에 건축되었고 일부 소로수장으로 마감되어 있다. 낮은 기단과 단순한 가구 구성이다.
연경당 안채
안채 | 전면 여섯 칸에 측면 두 칸 규모이다. 다락방 한 칸이 정면으로 돌출된 전퇴집 구성으로 민간 주거 양식을 보여준다. 중앙에 두 칸 규모의 대청이 있고 좌우에 각각 두 칸 규모의 온돌방이 있다.
연경당 안채 다락방
안채 | 일고주오량가로 납도리가 사용된 민도리식 가구이다. 홑처마 팔작지붕 건물로 안채 역실 왕실 건축이지만 단순한 가구법을 따랐다.
연경당 안채 배면
안채 | 완벽한 수직, 수평 그리고 직선적인 부재 가공을 고집하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부재를 사용함으로써 후원이라는 장소에 조화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연경당 농수정
농수정 | 동쪽 화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한 칸짜리 사모지붕 정자이다. 장대석 두벌대 기단과 사모기둥에 창방, 장혀, 굴도리를 결구한 구성으로 본채의 가구법과는 명확하게 대비된다.
연경당 농수정
농수정 | 귀익공으로 창방과 장혀 뺄목을 각각 초익공과 이익공으로 마감하고 소로 위에도 운공을 장식하였다. 연경당 본채의 단순함과는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연경당 선향재
선향재 | 연경당의 서재로 전면 일곱 칸에 측면 두 칸 규모이다. 이국적인 벽돌벽은 청나라 양식의 영향을 받았다. 단순한 형태를 취한 연경당과는 명확한 대비가 나타난다.
연경당 장락문
장락문과 느티나무 | 연경당의 정문인 장락문과 느티나무이다. 이곳에 서서 연경당을 바라보면 세 그루의 느티나무가 모두 보인다. 특히 중앙축 역할을 하는 느티나무는 정문과 동일 축선에 놓여있다.
연경당 수인문 느티나무
수인문 옆 느티나무 | 안채의 정문인 수인문 옆에도 느티나무가 있다. 장락문과 동일한 구성으로 건물 배치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였다.
정추문과 느티나무
정추문과 느티나무 | 안채와 사랑채를 구분 짓는 내외담과 협문인 정추문이다. 내외담은 느티나무를 피하고자 꺾인 형태를 취한다.
연경당 느티나무
느티나무 | 연경당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느티나무이다. 이 나무를 기준으로 동쪽에 사랑채, 서쪽에 안채가 있고 내외담은 이 나무를 피한 형태를 보인다. 전체 배치의 중심점으로 자연소재가 직접적으로 건축의 기준점이 되었음을 시사한다.

REFERENCE

김왕직 저『알기쉬운 한국건축 용어사전』(2007) | 동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