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라 베스누스(1922) – Le Corbusier
빌라 베스누스(Villa Besnus)는 프랑스 보크레송에 위치한 르 코르뷔지에의 초기작으로 1914년, 그가 개념적으로 제안한 돔이노 시스템(Dom-Ino System)이 실제 건축물로 구현된 최초의 사례로 평가된다. 규모는 작지만, 르 코르뷔지에가 주창한 근대 건축의 핵심 원리들이 적용된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위치 : Vaucresson, France
건축면적 : 70.41㎡ (21.30평)
1층 바닥면적 : 45.66㎡ (13.81평)
2층 바닥면적 : 65.46㎡ (19.80평)
3층 바닥면적 : 64.58㎡ (19.54평)
연면적 : 175.70㎡ (53.15평)
프랑스 보크레송과 살롱도톤에서 시작된 인연
보크레송은 프랑스 파리 서쪽에 위치한 소도시로 인구는 약 8,000명에 불과하지만, 프랑스에서 가장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 중 하나이다. 풍부한 자연환경과 쾌적한 생활 인프라 덕분에 녹색도시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르 코르뷔지에는 1914년, 돔이노 시스템(Dom-Ino System)을 제안했으며 1922년, 프랑스 가을 미술 전시회인 살롱도톤(Salon d’Automne)에 이를 응용한 주택 시트로앙을 출품한다. 이 작품은 큰 주목을 받았고 관람객 중에는 빌라 베스누스의 건축주가 되는 조르주 베스누스(Georges Besnus, 1864-1950)도 있었다.

미술 평론가였던 조르주 베스누스는 르 코르뷔지에와 아메데 오장팡이 공동 창간한 잡지 에스프리 누보(L’Esprit Nouveau)의 구독자로 돔이노 시스템이 적용된 시트로앙 주택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이를 계기로 보크레송에 지을 자택의 설계를 르 코르뷔지에에게 의뢰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빌라 베스누스이다.
도면을 그리며 느긴 빌라 베스누스
빌라 베스누스는 대지의 고저차를 활용하여 설계된 건축물이다. 도로측에서 보면 3층으로 보이지만 반대편에서는 2층으로 보이며 평균 높이로는 지하 1층, 지상 2층의 3개 층 건물로 연면적 약 50평이 조금 넘는 규모이다.

돔이노 구조가 적용된 빌라 베스누스는 이전 전통적인 주택과는 달리 공간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수직 동선을 거실 및 기타 공간과 분리하여 별도로 배치하였고 전면으로 길게 돌출된 인상적인 발코니와 거실 정중앙에 욕실 등 핵심 시설을 배치한 코어형 주택 평면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건축으로서 자유로운 평면을 보여준다.

또한 르 코르뷔지에가 주창한 근대건축의 핵심 요소인 수평창과 규준선을 통한 자유로운 입면이 돔이노 구조에 의해 실현되고 있다. 그러나 시공 능력이 이론을 따라가지 못한 초기 근대 건축의 문제가 많은 하자를 낳아 건축주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주택을 매각하고 떠나게 된다.
현재의 빌라 베스누스와 도면을 그려본 소감
10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빌라 베스누스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특히 옥상 방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붕을 추가로 설치한 점이 눈에 띄는데 이는 초기 근대 건축에서 흔히 발생했던 방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변경이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나타나는 현상으로 근대 건축의 기술적 한계와 해결 과정에서 보인 국가를 초월한 공통된 흐름을 느낄 수 있어 흥미로웠다.
빌라 베스누스의 도면을 직접 그려보며 100년 전 르 코르뷔지에의 혁신적인 사고방식과 당시 기술적 한계를 체감할 수 있었으며 공간 구성을 이해하고 그의 생각을 추적해 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