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회동 백인제 가옥 백병원 설립자의 저택 북촌 한옥답사

가회동 백인제 가옥은 1913년, 북촌의 넓은 대지 위에 압록강 흑송을 사용하여 건축되었다.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전통 한옥에 근대적 변화를 수용하여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가옥으로 북촌 한옥마을을 대표하는 한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북촌 한옥마을 가회동 백인제 가옥
북촌 한옥마을 가회동 백인제 가옥.

가회동 백인제 가옥 기본정보
소재지 :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7길 16
지하철 :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에서 464m
문화재 : 서울특별시 민속문화재
지정일 : 1977년 3월 17일
운영시간 : 09:00 – 18:00
정기휴무 : 매주 월요일(공휴일인 경우 개관), 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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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병원의 설립자 외과의사 백인제

백병원의 설립자 백인제는 평안북도 정주군 출신으로 1899년에 태어났다. 1916년, 경성의학전문학교에 입학하여 뛰어난 성적으로 수석을 놓치지 않았으나 3.1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의사 면허를 받지 못하였다.

가회동 백인제 가옥 전시실 전시물
가회동 백인제 가옥 전시실 전시물.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조선총독부 부속병원에서 부수로 근무하여 면허를 받아 1923년부터 1927년까지 조선총독부 외과전문의관으로 근무했다.

해방 후, 신탁통치반대운동에 참여하고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는 등 정치적인 활동을 하며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1946년, 재단법인 백병원을 설립하였으나 한국전쟁 중 납북되어 이후 행적을 알려지지 않았다.

가회동 백인제 가옥

북촌의 높은 대지 위에 건축된 가회동 백인제 가옥은 1913년, 이완용의 조카였던 한상룡이 압록강 흑송을 사용하여 건축하였다. 이후 최선익 등을 거쳐 1944년, 이 가옥의 병칭이 된 백인제에게 소유권이 이전되었고 1977년, 서울특별시 민속문화재로 지정되었다.

가회동 백인제 가옥 적벽돌 샛담
가회동 백인제 가옥 적벽돌 샛담.

주변에 있는 가옥 12채를 사들여 조성된 2,460㎡의 넓은 대지에 건축된 가옥으로 안채와 사랑채, 별당채 그리고 대문간채와 중문간채로 구성되어 있으며 육송이 사용되는 일반적인 한옥보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느낌이다.

대문간채

가회동 백인제 가옥에 도착하면 북촌의 높은 언덕 위에 있는 대문간채가 보인다. 높은 위치의 솟을대문이 다른 곳과는 사뭇 다른 인상을 주고 있었다.

가회동 백인제 가옥 대문간채
가회동 백인제 가옥 대문간채.

사다리형 초석 위 사모기둥에 대들보와 납도리가 결구된 민도리식 가구로 삼량가 맞배지붕으로 이루어진 솟을대문이다. 좌우로 행랑채가 있으며 기존에 광이던 곳을 개조하여 고용인들이 거주하였다고 한다.

가회동 백인제 가옥 행랑마당
가회동 백인제 가옥 행랑마당.

높은 곳에 설치된 대문간채는 이 집의 권위를 한층 높여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사랑채

솟을대문을 지나면 바로 앞에 사랑채로 통하는 문이 나온다. 행랑마당과 사랑마당을 구분하는 샛담에 설치된 문으로 일각문 형식이다. 근대 재료인 적벽돌이 사용되어 전통 담장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가회동 백인제 가옥 적벽돌 샛담과 일각문
적벽돌로 쌓은 샛담과 일각문.

적벽돌로 만든 일각문을 지나 사랑마당으로 입장하면 사랑채가 나온다. 사랑채는 남성의 공간으로 가회동 백인제 가옥은 안채와 사랑채가 한 동으로 되어 있지만 남성과 여성의 공간은 확실하게 분리되어 있다.

가회동 백인제 가옥 사랑채
가회동 백인제 가옥 사랑채.

긴 동선을 가진 연결복도와 온돌방이 남북축으로 “ㅡ”자 배치를 형성하고 있으며 동서축으로 사랑방과 대청이 돌출되어 있어 전체적으로 “ㅜ”자형 평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안마당에서 본 사랑채 연결복도
안마당에서 본 남북축의 사랑채 연결복도.

두벌대와 외벌대의 화강석 기단이 2단을 이루고 있으며 사다리형 초석 위 사모기둥에 대들보와 굴도리가 결구된 민도리식 가구로 연목과 부연이 사용된 겹처마 팔작지붕 건물이다.

가회동 백인제 가옥 사랑채 동서축 사랑방 대청
동서축의 사랑방과 대청.

창방과 장혀 사이에 소로수장으로 마감되어 있으며 창방과 상인방 사이에 광창이 설치되어 있다. 창호에는 전부 유리창이 설치되어 근대적인 요소를 느낄 수 있다.

정원에서 본 사랑채
넓은 정원에서 본 사랑채.

남성의 사회 활동 공간으로 넓은 정원이 인상적인 사랑채는 일본 고위층과의 사교활동의 영향으로 내부 바닥이 전통 우물마루가 아닌 일본식 장마루가 깔려 있다고 하는데 안채를 제외한 다른 곳은 사전예약자에게만 입장이 허락되어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중문간채

사랑채를 둘러보고 안채로 가기 위해 입장했던 적벽돌 일각문을 지나 중문간채로 향했다. 중문간채는 “ㅡ”자형 배치의 평대문으로 대문을 중심으로 좌우에 행랑채가 있다.

가회동 백인제 가옥 중문
중문 너머로 보이는 백인제 가옥 안채.

사다리형 초석 위 사모기둥에 대들보와 납도리가 결구된 민도리식 가구로 겹처마의 팔작지붕 건물이다. 행랑채 하부는 사괴석으로 쌓은 화방벽으로 마감되어 있고 상부는 유리창이 달린 분합이 설치되어 있다.

안채

중문간채를 지나면 안마당과 함께 안채가 나온다. 남북축의 “ㅡ”자형 배치의 연결복도 및 온돌방과 동서축의 “ㅡ”자형 배치의 대청과 안방이 결합하여 “ㄴ”자형 평면을 이루고 있다.

가회동 백인제 가옥 안마당
가회동 백인제 가옥 안마당.

사랑채와 함께 전체적으로 “ㅁ”자형 배치를 형성하여 안마당이 중정과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또한 상당히 긴 동선을 가진 복도가 안채와 사랑채를 연결하고 있어 건축적 산책을 즐기며 가회동 백인제 가옥을 감상할 수 있다.

연결복도가 있는 남북축 입면
연결복도가 있는 남북축 입면.

안채의 연결복도의 종점에 두 칸짜리 대청이 나온다. 이곳에서 이 가옥의 특징인 2층을 조망할 수 있다. 안채 역시 사랑채와 마찬가지로 전통 창호에 유리가 설치되어 근대적 요소가 드러나 있으며 이 가옥의 감상에 도움을 준다.

· 자유 관람자에게 허용된 안채 내부 관람

안채는 자유 관람자에게 내부 관람이 허용되어 있다. 다만, 안채를 제외한 다른 곳은 예약제로 운영되는 해설 관람에만 허용되며 안내자의 인솔하에 입장할 수 있다.

긴 동선의 안채 연결복도
긴 동선의 안채 연결복도.
· 해설관람 예약정보

모집 : 인터넷, 전화, 현장방문 접수
인원 : 회당 15명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웹사이트 바로가기

안채 내부에서 보이는 가회동 백인제 가옥 2층
연결복도 종점 대청에서 보이는 가회동 백인제 가옥 2층.

안채 내부 관람은 해설 관람자가 입장하지 않는 시간대에 맞춰 유동적으로 개방하고 있어, 안내소에 개방 시간을 물어보면 입장 가능 시간을 알려준다. 꼭 안채 내부만이라도 둘러보고 오는 것을 추천한다.

별당채

가회동 백인제 가옥의 가장 북쪽이자 높은 곳에 별당채가 자리 잡고 있다. 궁궐 후원을 연상시킬 정도의 정원에 별당채가 들어서 있어 사계절에 따른 변화를 궁금하게 하였다.

가회동 백인제 가옥 별당채
가회동 백인제 가옥 별당채.

두 칸 규모의 방과 누마루, 툇마루로 구성된 “ㄴ”자형 평면으로 본채는 외벌대 기단 위 사다리형 초석이 사용되었으며 누마루는 장주초석이 사용되었다.

사모기둥에 대들보와 굴도리가 결구된 민도리식 가구로 겹처마의 팔작지붕 건물이다. 이곳 역시 유리창이 설치되어 문이 닫힌 채로 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

가회동 백인제 가옥의 솟을대문을 바라보며

가회동 백인제 가옥은 한국 전통 건축과 근대화의 변화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북촌 한옥마을을 대표하는 한옥 중 하나이다.

안채 복도 끝에 있는 대청
유리창이 설치된 연결복도 종점의 대청마루.

이 가옥에 얽혀 있는 인물을 통해 우리 근대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사랑채와 안채, 별당채 등 각 건물이 지닌 건축적 특징을 통해 우리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었다.

가회동 백인제 가옥 안채 안방
가회동 백인제 가옥 안채 안방.

이 가옥에는 오랜 기간 서울 시장을 지내신 분이 자신의 공관으로 사용하려 하다 많은 비판으로 철회한 일화가 있다. 이완용의 조카이자 친일반민족행위자 한상룡이 조선총독부 고위층들과 연회를 즐기던 곳을 반일 운동을 주도하던 분이 탐낼 정도로 엄청난 매력을 지닌 가옥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안채 대청마루에서 본 당
안채 대청마루에서 본 안마당.

준공 이후 대부분의 시간 동안 특권층을 위한 집으로 그들의 욕망의 대상이자 공간이었던 백인제 가옥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와 모두를 위한 문화유산이 되어 솟을대문의 권위가 전과는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안채 대청마루에 걸려 있는 벽시계
안채 대청마루에 걸려 있는 벽시계.

북촌 한옥마을을 방문하게 된다면 가회동 백인제 가옥에 꼭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한국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과 함께 그 안에 담긴 근대화의 흐름, 아픈 역사의 흔적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