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 오위장 김춘영 가옥 밀도 높은 도시에서 전통한옥

삼청동 오위장 김춘영 가옥은 조선시대 무관직인 오위장을 지냈던 김춘영의 가옥으로 밀도 높은 도시에서 전통 주거 형태를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이다.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가장 작은 규모의 한옥으로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도시 속에서 공간 구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되었다.

삼청동 오위장 김춘영 가옥 안방 정면
삼청동 오위장 김춘영 가옥 안방 정면.

삼청동 오위장 김춘영 가옥 기본 정보
소재지 :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 34길 28 남산골 한옥마을
원위치 :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동 125-1번지
문화재 : 서울특별시 민속문화재
지정일 : 1977년 3월 17일
연면적 : 82.46㎡
건축연도 : 189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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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전기 중앙군 오위와 오위장 김춘영

오위는 조선 전기 중앙군이었던 의흥위, 용양위, 호분위, 충좌위, 충무위를 뜻하며 오위장은 오위의 지휘관으로 종이품에 해당한다고 한다. 임진왜란을 계기로 훈련도감을 비롯한 오군영이 중앙군이 되자 그 기능이 대폭 축소되었다고 한다.

북두칠성기
조선 후기 오군영이 사용했던 북두칠성기. 출처 – 국립고궁박물관 www.gogung.go.kr

김춘영이 오위장를 맡았던 19세기의 오위는 명목만 남아 주로 도성을 순찰하는 임무를 맡았으며, 일부 자료에서는 김춘영을 임오군란의 주동자로 소개되어 있는데 오류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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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현궁 전통 건축의 미와 함께하는 흥선대원군 자택 답사

임오군란의 김춘영은 훈련도감 포수로 1882년에 임오군란이 일어나고 1885년에 처형된다. 삼청동 오위장 김춘영 가옥은 1890년대에 건축되었으니, 임오군란의 김춘영과는 연대도 다르고 직책도 이름의 한자도 다르다. 잘못된 정보인 듯하다.

삼청동 오위장 김춘영 가옥

삼청동 오위장 김춘영 가옥은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규모가 가장 작은 한옥으로 원위치는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동 125-1번지이다. 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보존된 근대 이전 전통 한옥은 일부 특권층의 가옥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김춘영 가옥은 중산층의 거주 형태를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이다.

삼청동 오위장 김춘영 가옥 사랑방 정면
삼청동 오위장 김춘영 가옥 사랑방 정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의 한정된 대지에 건축된 전통 한옥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이 가옥은 “ㄱ”자 배치의 안채와 “ㅡ”자 배치의 사랑채 및 문간채가 좁은 대지에서 상호 결합하여 다양한 공간과 동선을 연출하고 있으며 일제강점기 도시형 한옥의 원형으로 볼 수 있다.

문간채

삼청동 오위장 김춘영 가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이 문간채이다. 문간채는 세 칸 규모의 “ㅡ”자형 평면으로 대문으로 입장하면 좌측에 온돌방 한 칸이 있고 우측으로 한번 꺾어서 들어가면 안마당이 나온다.

삼청동 오위장 김춘영 가옥 문간채
사랑채와 연결된 삼청동 오위장 김춘영 가옥 문간채.

삼량가 문간채는 화강석을 가공한 장대석 외벌대 기단 위에 사다리형 초석이 사용되었고 사모기둥 위에 납도리와 대들보가 결구된 민도리식 가구의 평대문으로 대문에서 바로 안마당이 보이지 않고 동선을 한번 틀어서 입장하게 계획되어 있다.

안채

대문을 통해 입장하면 안마당과 함께 안채가 등장한다. “ㄱ”자 평면의 일고주오량가 안채는 대청을 중심으로 좌우에 두 칸짜리 안방과 건넌방이 있고 문간채와 안채 사이 도로에 면한 부분에 비거실 부분인 부엌과 광이 배치되어 있다.

삼청동 오위장 김춘영 가옥 안채
삼청동 오위장 김춘영 가옥 안채.

화강석을 가공한 외벌대 기단 위 안채는 사다리형 초석 위에 사모기둥과 납도리, 대들보가 결구된 민도리식 가구로 홑처마의 팔작지붕이다. 특별한 장식 없이 소박하고 간결한 구성이다.

사랑채

안채를 등지고 정면을 바라보면 문간채와 연결된 삼량가의 사랑채가 보인다. “ㅡ”자 평면의 세 칸짜리 사랑채는 한 칸 규모의 사랑대청을 중심으로 한 칸짜리 사랑방과 침방이 좌우에 배치되어 있다.

삼청동 오위장 김춘영 가옥 사랑대청
삼청동 오위장 김춘영 가옥 사랑대청.

화강석을 가공한 외벌대 기단 위 사랑채는 사다리형 초석 위에 사모기둥과 납도리, 대들보가 결구된 민도리식 가구로 홑처마의 맞배지붕과 우진각지붕이 혼합되어 있다.

삼청동 오위장 김춘영 가옥 사랑마당
삼청동 오위장 김춘영 가옥 사랑마당.

사랑대청 앞으로 문간채와 담장의 배치로 탄생한 작지만 아늑한 사랑마당이 있으며 좁은 대지에서 다양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배치계획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좁은 대지에서의 전통 한옥 김춘영 가옥

넉넉한 대지에 자유로운 공간구성이 가능한 왕족이나 권세가의 한옥과는 달리 삼청동 오위장 김춘영 가옥은 좁은 도심의 한정된 대지에서 공간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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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훈동 민씨 가옥 친일반민족행위자 민영휘의 집

일반적인 한옥은 안채와 사랑채, 행랑채 등의 구분이 확실하지만, 김춘영 가옥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 언뜻 봐서는 이러한 구분이 희미하게 느껴진다.

도로에 면한 비거실 부분.
하부에 화방벽으로 마감된 도로 측에 면한 비거실 부분.

부엌과 광, 문간채 등 비거실 부분을 안채와 사랑채 사이, 도로 측으로 배치하여 대지의 밖과 안을 차단함과 동시에 안채와 사랑채의 구분도 이루어 내었다. 단층이 주를 이루는 전통 건축에서는 제한된 대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했을 것이다.

안채와 문간채의 사이에 배치된 비거실 부분
안채와 문간채 사이에 배치된 비거실 부분.

삼청동 오위장 김춘영 가옥은 주변에 있는 왕족이나 권세가들의 집과는 다른 감동을 준다. 좁은 대지에서 장식도 기교도 없는 외벌대의 작은 집이 한옥의 본질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