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5년, 권력을 잡은 흥선대원군은 실추된 왕실의 권위를 회복하고자 7천여 칸에 달하는 경복궁 중건을 단행한다. 이 국가적인 프로젝트에는 중인 계급의 도편수 이승업이 있었다. 세상에 이름을 남기진 못했지만 직접 지은 자택이 근대화의 격랑 속에서도 살아남아 한 건축가의 존재를 증언하고 있다.
이 가옥은 기술자로서의 권위와 신분제 사회에서의 지위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을 드러낸다. 아담한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정교하게 다듬어진 높은 기단, 창호와 난간의 섬세한 공예, 그리고 유려한 건물의 선에서 신분을 넘어선 과감한 건축적 어휘를 구사하고 있다.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에는 궁궐 건축을 이끌었던 어느 건축가의 기술적 자부심이 투영되어 있다.
사랑채 | 전면 세 칸, 측면 두 칸의 전퇴집 평면 구성으로 후면에 한 칸 규모의 부엌이 돌출한 ‘ㄴ’자형 평면 형태이다. 기단은 화강석을 가공한 장대석 세벌대 기단으로 상부는 강회로 마감하였다.사랑채 | 가구 구성은 일고주오량가로 납도리를 사용한 민도리식이다. 일부 소로수장으로 마감하여 그 격을 높였다. 안채보다 장식이 절제되어 단정함을 느낄 수 있다.안채 | 중앙 대청을 중심으로 전면에 두 칸의 퇴가 있다. 좌우에 안방과 건넌방이 있는 장방형의 전퇴집 평면 구성으로 안방 전후로 부엌과 온돌방이 돌출하여 ‘ㅜ’자형 평면 형태를 띤다.안채 | 기단은 정교하게 가공한 장대석을 세 단으로 쌓은 세벌대 기단이며 상부는 강회로 마감하였다.안채 | 가구 구성은 일고주오량가로 굴도리를 사용한 민도리식이다. 일부 소로수장하여 가옥의 격을 높였다. 전면부만 연목과 부연으로 구성된 겹처마이고 나머지는 홑처마로 구성된 팔작지붕이다.안채 | 높은 기단에 건넌방을따라 설치된 쪽마루와 완자교란 그리고 지붕 선의 조화가 백미이다. 목재를 다루는 기술자의 공예적 감각이 집약되어 있다.안채 | 숫대살을 45도로 교차하여 제작한 창호의 조형미가 돋보인다. 아담한 규모의 가옥이지만 부재와 장식에 궁궐 건축을 담당했던 도편수의 미학적 자부심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