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국립서양미술관 르꼬르뷔제 건축과 마츠카타 컬렉션

도쿄국립서양미술관은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미술관으로 도쿄 우에노 공원에 자리 잡고 있다. 이 미술관은 카와사키 조선소의 초대 사장인 마츠카타 코지로가 수집한 서양 미술품을 보존하기 위해 설립되었으며 2016년에 르 코르뷔지에의 다른 건축물들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도쿄국립서양미술관
도쿄 우에노 공원에 위치한 국립서양미술관.

도쿄국립서양미술관 기본정보
소재지 : 도쿄도 다이토구 우에노 공원 7번 7호
지하철 : 우에노역 JR공원출구에서 도보 2분
문화재 : 세계문화유산
지정일 : 2016년 7월 17일
운영시간 : 09:30 – 17:30
정기휴무 : 매주 월요일
입장요금(상설전) : 일반인 500엔, 대학생 250엔

무한성장미술관

무한성장미술관은 르 코르뷔지에가 구상한 미술관 설계 개념으로 관람객을 필로티를 통해 건물 중앙에 끌어들여 경사로를 이용하여 2층 전시실로 유도한다. 중앙홀을 감싸고 있는 전시실을 나선형으로 돌며 자연스럽게 동선을 구성하는 구조이다.

르 코르뷔지에 무한성장미술관
르 코르뷔지에 무한성장미술관

수장품이 늘어나면 외측 전시실을 무한 증축할 수 있어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기능을 고려한 매우 합리적인 설계이다. 이 개념은 1929년 “Mundaneum” 계획안에서 처음 나타나며 인도의 아메다바드 미술관과 찬디가르 미술관 그리고 일본의 국립서양미술관에서 실제 실현되었다.

마츠카타 컬렉션

마츠카타 코지로(Matsukata Kojiro, 1866-1950)는 메이지 정부의 수상이었던 마츠카타 마사요시의 삼남으로 가와사키 중공업의 전신인 가와사키 조선소의 초대 사장이다. 사장 취임 후 “Stock Boat”라는 방식으로 대형선을 미리 건조하였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만들어 둔 대형선을 대량으로 팔아 엄청난 부를 얻게 된다.

마츠카타 코지로
마츠카타 코지로(Matsukata Kojiro, 1866-1950)

1916-1918년과 1921-1922년, 두 차례에 걸친 유럽 방문을 통해 막대한 자산으로 수천억원에 달하는 서양 미술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1920년대 관동대지진과 금융위기 등으로 경영상 어려움에 처하고 관세법이 시행되자 700점의 미술품을 일본으로 반입하지 못하고 런던과 파리에 보관해야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런던의 창고에 화재가 발생하여 보관되어 있던 300점이 소실되었고 파리에 있는 400점은 적국인자산으로 분류되어 프랑스에 차압되었다.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계기로 반환을 요청해 기증 형식으로 프랑스로부터 돌려받아 국립서양미술관을 건축하는 배경이 되었다.

국립서양미술관

2016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국립서양미술관은 프랑스로부터 돌려받은 마츠카타 컬렉션을 보관하기 위해 건립된 미술관으로 르 코르뷔지에가 자신이 연구한 무한성장미술관 개념을 적용하여 설계한 건축물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국립서양미술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국립서양미술관.

르 코르뷔지에는 미술관을 설계하기 위해 1955년에 일본에 방문한다. 그리고 자신의 제자이자 20세기 일본 현대건축을 이끌어간 마에가와 쿠니오, 사카쿠라 준조, 요시자카 타카마사와 함께 부지를 시찰하였다.

도쿄국립서양미술관 정면 및 측면
국립서양미술관 정면 및 측면.

1956년, 르 코르뷔지에의 기본설계가 일본에 도착했으며 일본인 제자들이 실시설계를 분담하였다. 당초 기본설계안에는 극장 등 여러 문화복합시설이 있었으나 전후 예산부족에 시달리던 일본의 상황에서 미술관만 실현할 수 있었다.

도쿄 국립서양미술관 필로티
국립서양미술관 필로티.

국립서양미술관에는 무한성장미술관뿐만 아닌 르 코르뷔지에의 현대건축 개념도 잘 녹아들어 있다. 필로티를 통해 “19세기 홀”이라 명명한 중앙홀에 관람객을 입장시켜 경사로를 이용하여 2층 전시실로 유도한다.

19세기 홀 경사로
2층 전시실로 유도하는 경사로와 상설전 입장권을 제시하는 곳.

19세기 홀을 감싸고 있는 전시실을 일주하며 소장품을 시대별로 관람할 수 있어 서양미술사의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앞마당

도쿄 JR우에노역 공원출구로 나와 조금만 걸으면 국립서양미술관이 있다. 미술관 전면에 넓은 앞마당이 있으며 이곳에 오귀스트 로댕의 조각품이 전시되어 있다.

오귀스트 로댕 지옥의 문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 1840-1917) 지옥의 문(La Porte de I’Enfer)

국립서양미술관 관람의 시작과 끝을 로댕의 조각이 장식하고 있을 정도로 이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귀스트 로댕 생각하는 사람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 1840-1917) 생각하는 사람(Le Penseur)
오귀스트 로댕 칼레의 시민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 1840-1917) 칼레의 시민(Les Bourgeois de Calais)
앙투안 부르델 활 쏘는 헤라클레스
앙투안 부르델(Antoine Bourdelle, 1861-1929) 활 쏘는 헤라클레스(Héraklès archer)

19세기 홀

국립서양미술관의 앞마당을 지나 필로티로 향했다. 그곳에서 상설전 티켓을 구입하고 미술관 중앙에 배치된 19세기 홀로 입장하였다.

국립서양미술관 19세기 홀
국립서양미술관 19세기 홀.

19세기 홀은 르 코르뷔지에가 직접 명명한 이름으로 이곳까지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노출 콘크리트 원형 기둥과 십자형으로 교차한 사각의 보 위 삼각형 천창으로 자연광이 쏟아져 들어와 매우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19세기 홀 천창
국립서양미술관 19세기 홀 천창.

로댕의 조각과 르 코르뷔지에에 대한 전시로 구성되어 있으며 구입한 상설전 입장권을 제시하는 곳도 이곳에 있다. 입장권을 제시하면 2층 전시실로 가는 경사로를 이용할 수 있고 2층에 19세기 홀을 조망할 수 있는 발코니도 있다.

19세기 홀 르 코르뷔지에 전시
국립서양미술관 19세기 홀 르 코르뷔지에 전시.
오귀스트 로댕 청동시대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 1840-1917) 청동시대(L’Âge d’airain)
2층 발코니
19세기 홀을 조망할 수 있는 2층 발코니.

회유공간과 전시실의 구성

모든 전시실의 구성은 비슷하다. 전시품을 관람하며 일주하다 보면 모두 같은 공간을 도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회유공간과 지금은 입장할 수 없는 중3층 그리고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계획된 조명 갤러리로 구성된다.

회유공간 조명갤러리
국립서양미술관 회유공간과 조명갤러리.

자연광을 유입하기 위한 조명갤러리는 현재 인공광만 사용되고 있으며 하부의 천정고는 모듈러가 적용된 226cm이고 전시실의 천정고는 이것의 2배이다.

중3층
지금은 이용할 수 없는 중3층.

· 14 – 16세기 회화 전시실

19세기 홀의 경사로를 통해 2층으로 올라오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곳이 14세기에서 16세기 회화를 전시하고 있는 전시실이다.

14-16세기 회화 전시실
국립서양미술관 14-16세기 회화 전시실.

후기 고딕부터 르네상스, 매너리즘으로 이어지는 회화가 전시되어 있다.

파올로 베로네세 성녀 카타리나의 신비의 결혼
파올로 베로네세(Paolo Veronese, 1528-1588) 성녀 카타리나의 신비의 결혼(The Mystic Marriage of St, Catherine)
요스 반 클레브 삼연제단화
요스 반 클레브(Joos van Cleve, 1485-1541) 삼연제단화 : 십자가형(Triptych : The Crucifixion Flanked by the Kneeling Donor and His Wife)
디르크 바오츠 형관의 크리스트
디르크 바오츠(Dieric Bouts, 1415-1475) 형관의 크리스트(Christ Crowned with Thorns)
피터르 브뤼헐 더 아우더 새 덫이 있는 겨울풍경
피터르 브뤼헐 더 아우더(Pieter Bruegel the Elder, 1525-1569) 새 덫이 있는 겨울풍경(Winter Landscape with Bird Trap)

· 17세기 회화 전시실

14 – 16세기 회화 전시실을 지나면 17세기 회화 전시실이 나온다.

17세기 회화 전시실
국립서양미술관 17세기 회화 전시실.

17세기 바로크 시대의 회화를 전시하고 있는 공간으로 강한 명암 대비와 역동적인 구도, 생동감 있는 표현이 특징이다.

얀 반 호이옌 뫼즈 하구
얀 반 호이옌(Jan van Goyen, 1596-1656) 뫼즈 하구(Mouth of the Meuse)
에버트 콜리어 바니타스 서물과 해골이 있는 정물
에버트 콜리어(Evert Collier, 1642-1708) 바니타스 서물과 해골이 있는 정물(Vanitas – Still Life with Books and Manuscripts and a Skull)

· 18세기 회화 전시실

17세기 회화 전시실을 회유하고 나면 18세기 로코코 회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나타난다.

18세기 회화 전시실
국립서양미술관 18세기 회화 전시실.

화려하고 우아하며 부드러운 색감과 감성적인 분위기가 특징으로 바로크와는 대조되는 점이 인상적이다.

마리 가브리엘 카페 자화상
마리 가브리엘 카페(Marie-Gabrielle Capet, 1761-1818) 자화상(Self-Portrait)
위베르 로베르 몬테카발로의 거상과 성당이 보이는 공상의 로마 풍경
위베르 로베트(Hubert Robert, 1733-1808) 몬테카발로의 거상과 성당이 보이는 공상의 로마 풍경(Imaginary View of Rome with the Horse-Tamer of the Monte Cavallo and a Church)
위베르 로베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기마상, 트라야누스 기념주, 신전이 보이는 공상의 로마 풍경
위베르 로베르(Hubert Robert, 1733-1808)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기마상, 트라야누스 기념주, 신전이 보이는 공상의 로마 풍경(Imaginary View of Rome with Equestrian Statue of Marcus Aurelius, the Column of Trajan and a Temple)

신관 전시실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공간은 18세기 회화 전시실까지이다. 이후 전시는 1979년에 증축된 신관으로 이어지며 르 코르뷔지에의 제자인 마에가와 쿠니오가 설계하였다.

신관 입구
국립서양미술관 신관 입구.

낭만주의부터 인상주의 그리고 20세기 회화와 소기획전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르 코르뷔지에의 무한성장미술관 개념과는 다른 방향으로 증축되어 조금 아쉽기는 하다.

· 19세기 회화 전시실(낭만주의 – 인상주의)

신관 입구에 들어서면 19세기 낭만주의부터 인상파 회화까지 전시된 공간이 있다.

19세기 회화 전시실
국립서양미술관 19세기 회화 전시실-1(낭만주의 – 인상주의)

평면의 절반 정도 1층과 오픈되어 있어 난간 너머로 1층 전시공간이 보인다.

19세기 회화 전시실
국립서양미술관 19세기 회화 전시실-2(낭만주의 – 인상주의)

강렬한 감정 표현과 드라마틱한 구도가 특징인 낭만주의 회화와 빛과 색채의 순간적 인상을 강조한 인상주의 회화를 감상할 수 있다.

장프랑수아 밀레
장프랑수아 밀레(Jean-François Millet, 1814-1875) 봄(Spring)
에두아르 마네 브륑씨의 초상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 1832-1883) 브륑씨의 초상(Portrait of Monsieur Brun)

· 모네의 회화 전시실

19세기 회화를 감상하고 나면 인상파의 거장 클로드 모네의 회화만 따로 모아둔 전시실이 나타난다.

클로드 모네 회화 전시실.
국립서양미술관 클로드 모네 회화 전시실.

클로드 모네는 현대미술의 시초로 평가받는 인상파의 화가로 그의 대표작 “인상, 해돋이”는 인상주의라는 이름의 유래가 되었다.

클로드 모네 눈의 아르장퇴유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 눈의 아르장퇴유(Snow in Argenteuil)
클로드 모네 가로수길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 가로수길(Walk)

· 휴게실

클로드 모네의 회화까지 감상을 마치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게실이 배치되어 있다. 한쪽 벽면 커다란 창으로부터 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휴게실
국립서양미술관 휴게실.

앉아서 쉴 수 있는 좌석도 마련되어 있어 나머지 감상을 위해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 소기획전 전시실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한 뒤 소기획전 전시실로 향했다. 판화나 소묘를 중심으로 전시하는 곳으로 여러 기획전이 열리는 장소이다.

소기획전 전시실 입구
국립서양미술관 소기획전 전시실 입구.
소기획전 전시실
소기획전 전시실.

아우구스투스 존(Augustus Edwin John RA, 1878-1961)의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다. 영국의 화가로 제1차 세계대전에서 프랑스 공식화가가 되어 전선의 캐나다와 영국 병사들의 초상을 그려 전후 영국 최고의 초상화가로 평가받았다고 한다.

· 19세기 회화 전시실(인상주의 – 탈인상주의)

소기획전 관람을 마치고 휴게실 측으로 돌아가면 계단이 있다. 계단을 이용하여 1층으로 내려가면 다음 전시실이 등장한다.

휴게실 단
휴게실에 있는 1층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
19세기 회화 전시실(인상주의 - 탈인상주의)
국립서양미술관 19세기 회화 전시실(인상주의 – 탈인상주의).

인상주의부터 탈인상주의까지 19세기 다양한 회화를 전시하고 있는 곳이다.

빌헬름 하메르스회이 피아노를 치는 아내 이다가 있는 실내
빌헬름 하메르스회이(Vilhelm Hammershøi, 1864-1927) 피아노를 치는 아내 이다가 있는 실내(Interior with Ida Playing the Piano)
폴 고갱 해변에 선 브루타뉴의 소녀들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 해변에 선 브루타뉴의 소녀들(Two Breton Girls by the Sea)
악셀리 갈렌칼렐라 케이텔레 호수
악셀리 갈렌칼렐라(Akseli Gallen-Kallela, 1865-1931) 케이텔레 호수(Lake Keitele)
오귀스트 르누아르 숲에서
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 1841-1919) 숲에서(In the Woods)
클로드 모네 푸르빌의 거친 바다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 푸르빌의 거친 바다(Heavy Sea at Pourville)

· 20세기 회화 전시실

19세기 회화를 마치고 다음 전시실로 이동하면 마지막 회화 전시실인 20세기 회화를 다루고 있는 전시실이 나온다.

20세기 회화 전시실-1
국립서양미술관 20세기 회화 전시실-1

다양한 실험적 기법과 사조가 등장한 시기로 입체주의, 추상미술 등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20세기 회화 전시실-2
국립서양미술관 20세기 회화 전시실-2
알베르 글레이즈 수확물의 탈곡
알베르 글레이즈(Albert Gleizes, 1881-1953) 수확물의 탈곡(Harvest Threshing)

· 조각 전시실

국립서양미술관의 마지막 전시실은 조각 전시실로 로댕의 조각으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조각 전실
국립서양미술관 조각 전시실.

측면 창으로부터 신관의 배치로 탄생한 중정의 풍경이 보이는 전시실로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구관의 모습 또한 감상할 수 있다.

오귀스트 로댕 웅크린 여인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 1840-1917) 웅크린 여인(Crouching Woman)

미술과 함께하는 시간여행 도쿄국립서양미술관

현대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국립서양미술관은 건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으로 다가온다. 이 거대한 예술품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미술과 함께하는 시간여행”이다.

국립서양미술관
도쿄국립서양미술관.

중세 이후 르네상스부터 바로크와 로코코, 인상주의와 현대미술까지 전시동선을 따라 시대별 미술사의 흐름을 체험할 수 있어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르 코르뷔지에의 의도대로 전시 공간을 회유하며 미술사조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었고 건축과 전시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공간감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서양미술사에 대한 관심도 더욱 깊어지는 계기가 되었다.